결국, 전능하신 하나님께로…(창세기 강해83)

◎성경/ 창43:1-15 ◎찬송/ 343장(2003.2.16. 주일오후/ 좋은교회)

1. 우리의 영성(靈性)이 어디까지 성장해야 할까요? 영어로 번역되는 ‘영성’(spirituality)은 ‘어떠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가’를 의미하는 듯이 보입니다. 즉, “자기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정신을 자기의 정신으로 받아들여 그 정신을 실천하기 위하여 자기의 생명을 거는 것”(오성춘. 󰡔영성과 목회󰡕. 서울: 장로회신학대학 출판부, 1989, 42면)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석할 때, 영성은 기독교의 유일한 전유물은 아닙니다. 지구상에 수많은 영성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기독교 영성｣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자들은 ‘기독교 영성’에 대해서 학자들은 여러 가지 말들을 합니다. “주 예수님과의 인격적 교제 가운데서 경험하는 삶의 변화인데, 이것은 하나님이 선물로 주시는 것이다”(Norman Schawchuck), “한 인간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과 관계되는 것이다”(John Macquarrie)라고 말들을 합니다.

2. 성경적인 기독교 영성은 창2장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나 자신이 흙(아다마, ה󰗪󰕇󰔣, 단12:2- 땅의 티끌, 먼지)임을 아는 것’으로부터 기독교 영성은 출발합니다. 본디 인간이 거기로부터 출발하거든요. 다만 하나님께서 흙으로 빚어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창2:7), ‘(살아있는)사람’이 된 것이지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동산 중앙에 주신 하나님께서 무한한 ｢무한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허락하십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까지 주시는 것이지요. 동시에 인생의 ‘한 가운데’ 하나님을 모시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확고하게 표현하시는 하나님의 의지가 그 나무 속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열매를 먹으면 “정녕(반드시) 죽으리라”(창2:17)고 말씀하십니다. ‘완전한 자유’를 주시면서도,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침범하지 말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선과 악의 판단을 하나님의 고유 권한에 두심으로써(고후5:10) 인간의 한계를 분명하게 정하셨습니다. 이것을 잘 모르고 “하나님과 같아지려는”(창3:5-6) 유혹에 넘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하나님의 절대주권 사이의 긴장’이야말로 기독교 영성의 자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거스틴은 이 자리를 ‘주여, 당신 위해 우리를 내시었으니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 쉬기까지 안식이 없나이다’라고 그의 󰡔고백록󰡕에 고백해 놓았습니다.

3. 본문의 결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사람으로 너희 다른 형제와 베냐민을 돌려보내게 하시기를 원하노라(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14절)라고 하는 야곱의 말이 유난히 우리 눈에 띄는 구절입니다.

그렇습니다. 요셉으로부터 ‘엄한’ 대우를 받은 형제들과 야곱의 ‘버티기’(?)는 “그 땅의 기근이 심하고”(1절), “애굽에서 가져온 곡식을 다 먹으매”(2절)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다만, 야곱의 버티기(창42:36,38, 43:6)에 힘입어서 장자 르우벤이 어느 정도 장자의 권위를 회복하고(창42:37), 넷째 아들 유다의 지도력이 등장하는 장(場)을 만들어줍니다(9절).

4. 유다의 지도력은 르우벤의 지도력보다 한 수 위라고 하겠습니다. 유다는 ‘정확한 상황의 인식’(3-5절)을 바탕으로, ‘다른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야곱을 잘 설득합니다(7절). 그러면서 베냐민이 함께 가야 하는 불가피성을 강조하고(8절), ‘모든 책임을 스스로가 진다’고 하는 지도자로서의 결단을 보여줍니다(9절). <르우벤이 무조건 아들 둘을 담보한 것이 무대포(?)일까요? 책임전가(?)일까요?, 42:37)>. ‘사안의 시급성’을 알리는 것(10절)도 유다의 지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뼈저린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바른 지도력을 보이는 유다를 통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혼하여 아이도 낳지 못한채 죽어 가슴에 묻어야 했던 큰아들 엘, 결혼하자마자 벌거벗은채로(?) 죽은 둘째아들 오난을 가슴에 묻고, 엎친데 덮쳐 아내까지 잃고 방황하다가(창38:6-12), 낯뜨거운 실수의 기록을 남긴 유다!(창38:12-26, 창세기 강해74 참고). 그가 처절한 회오(悔悟)와 뼈를 깎는 자기 돌아보기(회개)를 통해서 거듭난 인생을 살아가는 유다의 모습이지요. 후에 유다가 아버지 야곱으로부터 받는 축복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창49:8-11). <최근에 젊은 전도사님 한 분이 일을(?) 저질렀습니다. 󰡔요셉의 회상󰡕이라고 하는 책을 내었는데, 어제 사서 잠깐 뒤적였는데, 유다의 마음을 잘 헤아렸더군요. 관심 있는 분은 지유철전도사님이 지은 홍성사 간행의 그 책, 116-130면 ‘아, 나의 넷째 형 유다’와 ‘더럽혀진 자신을 넘어서’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5. 다시 본문의 이야기 결론으로 돌아갈 차례입니다. 사람이 할 일을 다 한 후(11-13절),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는 야곱의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본문에도 관계되는 유익한 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