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부른 목자들의 찬송

◎성경/ 눅2:8-20 ◎찬송/ 115,125,122장(2013.12.25. 주일오전/ 둔산제일)

1. 아구스도 황제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명령했다.(1절) 그래서 모든 사람이 호적하러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3절), 요셉도 다윗의 집안사람이므로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 살다가 호적하기 위해서 베들레헴이라는 다윗의 동네로 마리아와 함께 올라가게 되었다.(3-4절)

로마 제국에서 행하는 정기 인구 조사는 세금 부과와 강제 병역에 동원할 대상자들을 파악하기 위한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행해졌다. 14년마다 실시되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아기 예수님 탄생하던 해와 정확하게 일치하게 되었는지 신기하다. "마침 해산할 날이 차서 첫 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다."(6-7절)

또한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여행하는 데는 약 120km 가량의 거리를 가야 했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거리에 가서 아기 예수님이 탄생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미가 선지자가 예언한 예언을 이루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가는 "여호와와 같은 이가 누구인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담, 아하스, 히스기야가 통치하던 동안에 예언하였다. 북왕국과 남왕국 모두에 대하여 예언했다. 주전 750년 경이니까 예수님 탄생하기 약 750년 전에 활동했다. 그의 예언 가운데 유명한 메시야 탄생 예언이 *미5:2이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에, 영원에 있느니라."("그러나 너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의 여러 ㉡족속 가운데서 작은 족속이지만,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다. 그의 기원은 아득한 옛날, 태초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히, '천 천' 또는 '통치자들'"- 표준새번역) 베들레헴은 메시야의 예표인 다윗 왕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2. 여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원시적인 것이었다. 공용하는 뜰에서 떨어져 일렬로 나열해 있는 헛간과 같은 것이었다. 여행자들은 각자가 음식을 가지고 다녔고, 숙소 주인이 마련하는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동물들의 사료와 요리하기 위한 불을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호적하려고 몰려든 베들레헴 동네에는 지극히 혼잡해서 요셉과 마리아가 유숙할 방은 없었다.

구유는 가축들이 사료를 먹는 장소를 의미한다. 숙소에 방이 없었다는 것은 예수님에게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예수를 위하여 방이 있었다고 하면 그것은 십자가뿐이었다.(W. 바클레이)

󰊱. 구주 예수님의 탄생은 온 백성을 위한 것이다.(10절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예수님의 탄생은 유대인들만을 위한 메시야가 아니요, 온 세계를 위한 메시야임을 천명했다. 그러기에 누가는 예수님의 탄생을 세계 역사의 큰 틀에서 일어난 것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당시 세계의 구주로 불리고자 했던 로마의 황제 가이사가 구세주가 아니라, 예수님이 세상의 구세주임을 증거하고자 했으니, 눅2장의 기록인 것이다.

󰊲. 구주 예수님의 탄생은 큰 소식, 기쁨의 소식, 좋은 소식이다.

Big News. 동시에 Joyful News, Good News다.

󰊳. 구주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들은 사람은 밤중에 들에서 양을 기르던 목자들이었다. 성전에서 속죄의 제사에 사용할 양을 치던 목자들이 "세상 죄를 지고 가실 하나님의 어린 양"을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일이다.

오늘도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성실하게 하루하루 일하는 성도들에게 우리 주님을 만나는 복을 받는다. 성탄의 아침에 한 가지 결단하자.

오늘 이후로 '있어야 할 시간', '있어야 할 장소'에서, '해야 할 일'을 하자! 특별히 예배해야 할 시간, 성전에서, 예배해야지!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있어야 할 시간,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해야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쾌락을 좇아가서야 되겠는가. 기억하라! 우리가 있어야 할 시간, 있어야 할 장소에서 해야 할 일을 할 때, 그 삶의 현장에 우리 주님이 찾아가신다는 사실을!!!

󰊴. 예수님은 왕궁이나 큰 저택에서 태어나지 않고 외양간에서 태어나셨고, 구유에 뉘었다.

1) 온 세상을 구원하실 메시야는 모든 사람들, 연약하고 부족한 소자 한 사람에게까지도 구원의 복된 소식이어야 했다. 그래서 이렇게 낮고 천한 곳에 오신 것이다. *히4:15-16 "15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16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하나님 나라는 구유에서 선포되었다.

2) 구유에서 선포한 하나님 나라의 표식은 *11-12절이다. "11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12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더니,"

예수님을 "구주"(구원자)라고 표현한 곳은 *요4:42과 *눅2:11에만 표현되어 있다.(요4:42 "그 여자에게 말하되 이제 우리가 믿는 것은 네 말로 인함이 아니니 이는 우리가 친히 듣고 그가 참으로 세상의 구주신 줄 앎이라 하였더라.")

이방인을 위한 복음이라고 하는 누가복음과, 사람 대접 받지 못하던 수가성 사마리아 여인의 입에서 예수님을 "구주"(구원자)라고 고백했다고 하는 복음서의 기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3) 구유에서 선포된 하나님 나라 내용은 *14절이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예수님의 탄생은 하나님께 큰 영광을 드릴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당신의 기뻐하심을 따라 택하신 백성, 자녀들에게 평화를 가져올 것임을 말씀하고 잇다. '팍스 로마나' 로마의 평화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다.

그 하늘의 평화는 황제가 거처하는 왕궁이 아니었다. 재벌이 거처하는 대 저택도 아니었다. 가난하고 비천하게 태어났으니 외양간에서 태어나 구유에 뉘었다. 오늘 가장 낮고 비천한 자리에 우리 주님은 오신다. 그리고 거기에서 하나님 나라가 선포된다.

누가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었다."는 말씀을 세 곳에 기록하여 강조하고 있다.(7, 12, 16절) 오늘 내 삶에서 어느 부분이 외양간과 같고, 구유와도 같은가? 거기에 아기 예수님이 눕게 하라. 모셔들이라. 거기에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진다.

한 줄 바이올린의 연주

이탈리아의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가 파가니니(Niccolo Paganini, 1782.10. 27-1840.5.27)가 한 줄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버전은 꾸며낸 이야기라 하고, 어떤 버전은 파가니니가 워낙 돌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일부러 바이올린 선을 끊었다고 하고, 우연히 한 줄이 끊어진 상태에서 훌륭한 연주를 하니까 "한 줄로도 연주가 가능하냐"는 청중의 말에 나머지 줄을 끊고 한 줄로 연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음악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지라 진위(眞僞)는 독자에게 맡기면서 좋은 쪽(?) 이야기를 소개한다.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중 줄 하나가 툭! 끊어졌다. 청중들은 깜짝 놀라 긴장했으나 파가니니는 나머지 세 줄로 연주를 계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줄 하나가 또 툭! 끊어졌다. 파가니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를 계속했다. 신들린 듯 계속 연주하는데 바이올린 줄이 또 하나 끊어졌다. 파가니니는 멈칫 하더니 그의 유명한 '스트라디 베이스' 바이올린을 높이 들고 "남은 한 줄과 파가니니"를 외친 후 연주를 계속했다.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들은 일어서서 그칠 출 모르고 파가니니에게 박수를 보냈다.

때로 우리가 가진 '인생 바이올린'의 선이 하나, 둘 끊어질 때가 있다. 절망의 순간순간들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은 절망하지 않는다. 깨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인생이지만 우리 안에 '보배와 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고후4:7-10) '사방으로 욱여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는' 능력이 우리 주님 주시는 능력이다. 성탄을 맞는 우리 안에 다시 이 능력이 회복되기를 소망한다. God Bless You!

3. 오늘 본문에서 기억할 내용이 하나 있다. 강보에 쌓여 누인 아기 예수님을 보고 하늘의 천군 천사들이 찬송하는 현장을 확인한 목자들이 기쁨이 가득해서 추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찬송하며 돌아갔다는 *20절 말씀이다.

*20절 "목자들은 자기들에게 이르던 바와 같이 듣고 본 그 모든 것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하며 돌아가니라."

예) 청록파 시인 고 박두진 시인의 유고시집 [당신의 사랑 앞에]라는 시집에 "함성"이라는 시가 있다. 자연을 무척 사랑했던 시인은 특별히 수석 사랑이 지긋했다고 한다. 그의 <수석 영가>라는 연작시의 일부다.

"덥석 너를 부둥켜안고 함성 지르고/ 얼사 둥둥 너를 둥둥 하늘까지 치올려/ 해에 걸고, 달에 걸고, 별에 거는 맹세/ 노래보다 울음보다 더 슬프고 신나게/ 천방지축 황홀 속에 어질뜨리고 싶다/ 와락 당겨 부둥켜안고 함성 지르고 싶다"

기묘한 돌 하나에도 "함성"을 지른다는데, 하물며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어찌 노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찬송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4년 성탄의 아침에 우리에게 찬송이 회복되기를 축복한다. 우리의 찬송이 함성이 되어 울려퍼지기를 소망한다. [한 밤중에 부른 목자들의 찬송]이 우리의 찬송이 되기를 축복한다.

[기도] 외양간과 같고, 구유와도 같은 내 삶의 가장 부족하고 연약하고 부끄러운 그 자리, 바로 여기에 우리 주님 다시 오시옵소서. 그래서 그 부끄러운 자리, 비천한 자리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의 자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기 예수님 탄생의 날에 소리 높여 찬송했던 목자들처럼, 이 아침 우리의 입술에, 우리의 심장에 찬송이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축도] 하늘 보좌 버리고 낮고 천한 구유에 오신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독생자까지 아끼지 않으신 하나님 아버지의 망극하신 사랑과, 보혜사 성령님의 감동하심과 교통케 하심이,

뜻 깊은 2013년 성탄주일에, 연약한 자리, 부끄러운 자리, 낮고 천한 내 삶의 자리에도 우리 주님을 다시 모시고, 하늘에 영광이요 땅에 평화를 외치며 하나님 나라 소망과 소리 높여 부르는 찬송을 회복하기 원하는 우리 모두 위에 영원히 함께 하시기를 축원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