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 주필이었던 장지연은 17일에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勒奪) 데 대하여 울분을 토로했다. 이 날, 온 겨레가 목 놓아 울어야 한다는 애국지사의 피맺힌 울부짖음이었다.

    2012년 5월 27일. 한국교회가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할 일이 벌어진 것을 둔산의 성도들은 알아야 한다. 이 날은 한국카톨릭의 심장인 명동성당의 정오 미사에서 찬불가(讚佛歌)가 울려 퍼진 날이다. 소프라노 정율(廷律) 스님이 '아베마리아'(Ave Maria, 聖母頌)에 이어 '향심'(向心)이라고 하는 찬불가를 부른 것이다. 이 날은 [성령강림주일]이었다….

    여러 의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카톨릭 신앙을 기독교 신앙의 일부로 인정해서 한국의 기독교 인구 통계에 그 수를 포함하기도 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몇몇 부분에서 받아들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카톨릭 신앙과 신부들을 존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리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날 "스님의 노래를 듣기 위해" 참석한 불교 신자들과 성당 신도들이 "눈을 감고 기도하면서" 노래를 듣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주님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받는 카톨릭 예전의 핵심인 미사에, 그것도 성령강림주일에 스님의 찬불가가 성전을 가득 채운 해괴한 일이 종교간 대화라고 하는 미명하에 벌어졌음에도 말이 없는(?) 한국교회다. 우리 주님이 통곡하신다.

    다음날인 28일. 석가 탄생일, 충북 보은읍 학림교회 이근태 목사(65세)는 인근 사찰에 금가루를 입혀 기록한 "금강경" 병풍을 선물했다. "오경"(五經)을 필사했던 그 손으로! 이 날, 보은에는 엄청난 우박이 쏟아졌다…. 요엘 선지자가 외친 "여호와의 (심판의)날"이 떠올랐다.

    필자까지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겠기에"(눅19:40), 여기 통곡(痛哭)을 싣는다. Kyrie Eleison!(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