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 당첨되지만 않았더라도….

    2005년 7월 경남 마산에 살던 수배자 황모(34․당시 25세)씨. 우연히 산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됐다. 로또에 당첨되기 넉 달 전 마산 시내 한 PC방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20만원을 뺏은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그가 한순간에 '청년 갑부'가 된 것이다. 당첨금은 세금을 빼고 14억원 가량이었다. 황씨는 이 중 5억원으로 아버지의 주택과 개인택시 구입비용으로, 1억5000만원으로 형에게 PC방을 차려주었다.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그는 자신이 운영할 PC방을 차리는 데 1억원 가량을 쓰고, 친구 등 3-4명에게 2000-3000만원을 나눠주는 등 통 크게 선심도 썼다. 1억원 상당의 BMW 승용차도 샀다.

    수배 중이던 그는 로또 당첨 8개월 만인 2006년 3월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거액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700만원의 벌금을 내고 2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후 황씨는 남은 돈을 서울과 강원랜드 등으로 원정 도박을 다니고 고급 유흥주점을 들락거리며 모두 탕진했다. PC방 운영도 실패, 수중의 돈을 탕진하는 데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황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절도 행각을 시작했다. 절도 행각을 이어가던 그는 2008년 9월 불심검문에 걸려 구속됐다.

    황씨는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2010년부터 다시 절도와 사기 행각으로 지명수배를 받았다. 이때부터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이용하고, 오피스텔과 모텔을 전전하며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해 스마트폰 절도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휴대전화 판매점과 아웃도어 판매장에서 135회에 걸쳐 1억3000만원 가량의 스마트폰과 의류 등을 훔쳤고 이런 절도와 도피 행각 중에도 매주 복권을 구입했지만 '일확천금'이란 요행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5일 경찰에 붙잡힌 그는 "로또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 같고,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후회했지만 그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 있었다.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