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큰헤드 정신

    지난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특히 300여 명의 고등학생들 가운데 많은 실종자들이 발생하여 온 나라와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1852년 2월 27일 새벽.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큰헤드호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 근처에서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기 시작했다. 배 안에는 427명의 영국군인과 가족 162명이 타고 있었다. 구명보트는 3대, 180명만 탈 수 있었다. 탑승자들은 서로 보트를 먼저 타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 때 북소리가 울렸다. 버큰헤드 승조원인 해군과 승객인 육군 병사들이 갑판에 모였다. 함장 세튼 대령이 외쳤다. "제군들은 들어라. 그동안 우리를 위해 희생해 온 가족들을 우리가 지킬 때다. 어린이와 여자부터 탈출시켜라!" 어린이와 여성들이 군인들의 도움을 받아 구명보트로 옮겨 탔다. 마지막 세 번째 보트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아직 자리가 남아 있으니 군인들도 타세요." 한 장교가 나섰다. "우리가 보트로 몰려가면 혼란이 일어나고 배가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함장을 비롯한 군인 470여명은 구명보트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1952년 알제리아 인근 바다에서 군인과 가족 1,515명을 태운 영국 군 수송선 엠파이어 윈드러시호 보일러실이 폭발했다. 화재로 배가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다. 구명정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휘관 스콧 대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부터 버큰헤드 훈련을 하겠습니다. 모두 갑판 위에 그대로 계시고 구명보트 지정을 받으면 움직이십시오" 가족들이 동요할까 염려해 '훈련'이라고 한 것이다. 여성과 아이, 환자를 태운 구명정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선원과 군인 300여명은 부동자세로 선상에 서 있었다. 구명보트가 보이지 않자 선장과 스콧 대령은 병사와 선원들을 바다에 뛰어들게 했고, 인근 해역을 지나던 화물선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