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어머니의 편지

    어버이주일을 보내면서 지난 17일자 교계신문(한국기독공보)에 고훈 목사님이 [안중근 어머니의 편지] 일부를 소개했다. 1910년 3․26 사형 집행 소식을 듣고 어머니 조마리아가 보낸 편지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안중근이 투옥되어 있던 뤼순 감옥의 형무소장 구리하다 사다기찌는 안중근의 형 집행을 미루어줄 것을 호소했으나 본국에서 받아들일 리 없었다. 그리고 안중근을 감시하고 경호했던 헌병 치바 도시찌는 안중근의 어머니 편지를 자신의 일기장에 소중하게 끼워두었다. 쪽창으로 아침햇살이 들어올 때, 안중근은 천천히 붓을 움직여 유묵 한 점을 쓰고 손바닥 인장을 찍은 후, 그 동안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고국의 어머니가 지어준 하얀 명주 한복을 갈아입었다. 안중근이 남긴 유묵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爲國獻身軍人本分(위국헌신군인본분; '군인은 나라를 위하여 몸 바침을 본분으로 한다.')

    이 땅 위대한 어머니(아버지)들, 그 분들에게 고마움의 박수를 보낸다.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