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사진' 찍는 곳에서

     "예쁘게 찍어줘요"- 지난 2일. 쌀쌀한 아침에 꽃할매, 꽃할배들이 구청 자치회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장수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독거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살짝 바꾼 말이다. 사직작가 임익순씨와 익명의 독지가가 벌인 일. 소프트박스 조명과 붐스탠드, 반사판과 배경지까지 갖춘 그럴듯한 사진관이 차려졌다. 예상 인원은 100여분.

     김○순(82) 할머니는 한복 곱게 차려입고 화장도 했다. "기분 좋으세요?" "몰라. 내 마지막 사진이야. 이쁘게 찍어줘. 저승 갈 때 가져가려고." 박○청(77) 할아버지는 "기분이 멍멍해. 평생 처음 찍는거야. 죽을 때 어떡하나 걱정했어." "가족은요?" "어디 사는지 몰라. (정부) 혜택도 못 받아. 새끼들 병신 만들기 싫어 이혼도 안 했어. 비기(보기) 싫은 것들. 마누라? 얼마나 독한 여잔디. 찾아서 뭐해? 난 오래 못 가. 맨날 아파."

     우윳빛 인조 밍크코트를 입은 오○자(74) 할머니, 도로 집으로 간단다. "한복 입고 다시 올거야"라며. 한복 입은 김 할머니가 부러웠나 보다. "근데 한복을 찾아야 해. 옷을 보따리 보따리 싸놨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노령연금 20만원 받아. 골목 청소하면 또 20만원 줘. 근데 12월에 끝나. 내년 3월 다시 시작해. 1,2월은 20만원으로 살아. 집세 내면 없다고."…(하략)(2014.12.9. C일보 A23면. 김 행씨 글 인용)

이 글을 어떻게 읽으셨는가? 여러분의 목사는 코끝이 찡~! 했다. 모두 젊은 시절 한가락씩(?) 했던 분들이었을 것이다. 이 분들은 잘 나가실(?) 때 이렇게 늙어 마지막을 준비할 날이 이를 줄을 생각하면서 살아오셨을까? 이 분들에게 천국의 소망은 있을까?…. 필시 남 이야기만은 아니리라….

마지막 주일이다. 오늘을 잘 살아야 하겠다! 천국을 잘 준비해야겠다!!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