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예배한다는 것은….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대통령께서 내게 전화를 해 김중권 비서실장에게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전하라고 했다. 급히 김 실장을 찾아보니 그는 자신이 장로로 있는 약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대통령께서 찾으시니 빨리 청와대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김 실장이 말했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어서 금방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대통령께 그렇게 말씀드려 주시고, 그럼에도 들어오라고 하시면 예배를 중단하고 가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면 예배 후 가겠다고 말씀드려 주세요."

대통령이 찾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비서실장의 대답이 다소 의외였다. 나는 할 수 없이 그대로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천천히 오라고 해요. 예배드리는 것이 나를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니까."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이전에 군이나 외무부에서 높은 사람들을 많이 모셔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윗사람이 찾는데 예배를 드리니 나중에 가겠다고 하는 것도 그렇지만 윗사람 중에서도 최고인 국가원수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더 중요하니 천천히 오라고 하는 것이 내게는 정말 놀랍고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비서실장은 그날 저녁에야 관저로 대통령을 찾아뵈었다.(김하중, 『하나님의 대사3』. 서울: 규장, 2011. 33-34쪽)

이 일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 김중권 장로 이야기를 당시 대통령 의전비서관이었던 김하중 장로가 그의 책에서 소개한 실제 이야기다. 당시 나는 약수교회 선임 부목사였다. 조기은퇴한 원로목사 후임 담임목사 청빙 문제로 선임 장로였던 김중권 장로와 가까이 있었다. 그는 주일오전11시 예배에 참석하고 오후5시 오후예배를 드리고 귀가했다. 매일 새벽기도에도 참석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부름 받을 때 주일예배 우선을 조건으로 했고 언제든 공직에서 물러나 집으로 오기 위해 자택을 비워두고 있었다. 그는 그 약속을 성실하게 지켰고 하나님은 그가 명예롭게 공직을 수행하게 해 주셨다.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