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이정석(1955 - )

 

바다로 나가려고

 

몸살하는

 

바구니에 담아놓은 꽃게들.
 
 

 

 

"가만히 좀 있어." 이런 말은 어린이가 아주 듣기 싫어한다. 어린이를 가둬 몸살 나게 하는 말이다. 맘껏 뛰놀고 싶은 건 어린이의 근본 생리이다. 권리다. 어린이는 뛰노는 게 자라는 것이니까. 방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어린이는 어딘가 병들었다.

바구니에 담아 놓은 꽃게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바동댄다. 자유로이 기어다니던 게가 갯벌로 가고 싶어 발버둥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이 모습을 닮았다. 단 석 줄에 어린이의 특성이 극명하게 떠오른다.

어린이를 놓아주자. 게처럼 속박의 바구니에 담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드넓은 세계로 헤엄쳐 나가 꿈을 이루게 간섭을 던져버리자. 어린이달이다. 방정환 선생이 인격 높임말인 '어린이'를 거의 100년 전에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도 어린이를 낮추는 듯한 '아이'로 부른다. 어린이를 높여 불러주는 게 맞다. 모레는 어린이날이지 않은가.(박두순 동시작가 평, C일보 2018.5.3. <가슴으로 읽는 동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