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Lev N. Tolstoy)는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영지 내 농민생활을 개선하려 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1886년 톨스토이는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자기 땅이 없는 소작농 파홈(Pahom)은 “토지만 있으면 악마도 두렵지 않다”고 중얼거린다. 이 말을 들은 악마는 “내가 너에게 땅을 얼마든지 주지. 그리고 너를 땅의 포로로 만들어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느 날 파홈은 굉장한 소문을 들었다. 바쉬키르란 곳에 가면 넓은 농토를 공짜나 마찬가지 값으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홈은 얼마 되지 않는 가산을 정리해서 바쉬키르인들의 마을을 찾아갔다. 바쉬키르 촌장을 만나 1000루블만 내면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걸어서 돌아온 땅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단, 해가 지기 전에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무효가 된다고 했다.

그날 밤 파홈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땅이 자기 것이 될까를 상상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가 꿈을 꾸었다. 누군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촌장이었다. “왜 웃고 계십니까”라고 물으며 다가서자 악마도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 옆에 어떤 남자가 숨진 채로 누워 있는데 파홈 자신이었다.

잠에서 깬 파홈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땅을 손에 넣으려고 바쉬키르 사람들을 깨웠다. 초원으로 나오니 새벽이 밝아왔다. 출발점을 떠난 그는 부지런히 걸었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다. 파홈은 계속 앞으로 나갔다. 뒤늦게 해 질 시간이 가까웠음을 느낀 파홈은 깜짝 놀라 돌아서서 온 힘을 다해 출발선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태양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기울어져만 갔다. 파홈은 더옥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심장은 비상벨처럼 울렸고 가슴은 풀무처럼 부풀어 올랐다.

파홈은 해가 서산마루를 막 넘어가려는 순간 가까스로 출발선 위에 가슴을 쥐며 쓰러졌다. 가족들과 바쉬키르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성공을 축하했다. 촌장은 쓰러진 파홈을 일으켜 세웠다. 파홈은 이미 피를 토하며 죽어 있었다. 죽은 파홈을 묻을 구덩이는 단 6피트(2m)였다. “주님,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