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버지 전화번호가 나에게 있다!

지난 금요일 이른 오후. 오랜만에 왁자지껄 아이들의 활기찬 소리가 들렸다. 지난 해 여름에 교회 주차장 옆에 아담하게 2층 집을 지어 입주한 집 옥상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 4-5명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아이들 손에는 비비탄을 발사할 수 있는 장난감 권총이 들려 있었다. 여러분의 목사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다음 세대에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좋았다. 오랜만에 스마트폰을 벗어나 노는 아이들이 보기 좋았다.

교회 뒤켠에서 이런 저런 정리를 하면서 주일을 준비하고 있는데 '슈슛!' '텅,텅!' 소리가 계속되었다. 아이들이 쏜 비비탄이 교회 지붕에 맞고 흘러내리는 소리다. 비비탄이 계단에 흘러 주일 예배에 오르는 어르신들이 밟아 낙상할 우려가 생기니 순간 염려가 된다. '에이, 내가 한 번 쓸어내리면 되지!' 모처럼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비비탄 한 개가 내 발치에 떨어졌다. 놀아보니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나를 겨냥?' 머리를 흔들고 일에 열중하는데 곧바로 비비탄이 내 발 아래를 구른다. 옥상을 보니 아이들은 보이지 않지만 테라스에 숨어있을 아이들이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를 겨냥하고 쏘았다!'

이쯤 되면 그냥 넘길 수 없는 노릇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남겼던 말 한마디,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가 생각나기도 했고. 불호령이 내 입에서 나갔다. "네 이놈들, 도가 넘어섰다. 숨는다고 모르는 것 같지? 사람을 겨누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그리고 너희들이 쏜 비비탄에 어른들이 미끄러지면 안 되지!"

요즘 아이들이 이 정도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알고 있었는가. 여러분의 목사가 그 정도 바보는 아니다. 이 녀석들 자기들이 한 짓(?)과 숨어있던 것이 들통 난 데 대한 겸연쩍음은 있으나 여전히 당당하다. '우리가 뭘요? 그래서요?' 표정이다. 내 입에서 두 번째 필살기(?)가 나갔다. "너희들 친구 집 아버지 전화번호가 나에게 있다!"

효과 만점! 난리가 났다. "ㅇㅇ야, 아저씨가 너네 아버지 전화번호 가지고 있대!" 난리 법석을 떨더니 5분쯤 지났을까? 한녀석 한녀석 고개 내밀고 정중하게 "아저씨, 죄송합니다~!" 순한 양들이 되어(?) 용서를 빌었다. "그래. 조심하면서 잘 놀아라!"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는 하나님 음성 하나! "종아, 너와 네 교회 교우들은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 '너의 아버지 하나님을 알고 있음을' 인식하며 살고 있느냐???'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