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가치를 뛰어넘은 기독교 신앙

    1905년 테이트 선교사에 의해 전라북도 김제에 금산교회가 설립되었다. 그곳에 고장 마방 주인으로 일대에서 가장 큰 부자인 대지주 조덕삼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집안 대대로 유교를 믿는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었다. 전주에 선교기지를 둔 테이트 선교사는 말을 타고 다니면서 선교를 했기에 마방에 들렸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의 집 사랑채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조덕삼의 마방에서 머슴으로 일하던 마부가 있었는데, 경남 남해의 고아 출신 이자익이라는 청년이다. 그는 소학교도 변변하게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그도 테이트 선교사의 전도를 받아 주인 조덕삼과 함께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가 점점 부흥하여 50명쯤 되었을 때 교인들이 투표를 통해 장로를 선출하게 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머슴인 이자익이 주인 조덕삼을 제치고 장로로 선출된 것이다. 양반과 상인을 철저하게 따지던 당시 상황에서 이것은 큰 사건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교인들이 술렁이며 근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자 조덕삼은 너무나도 의연하게 교인들 앞에 이렇게 말했다. "이 결정은 하나님께서 내리신 결정입니다. 나는 이자익 장로를 받들어서 열심히 교회를 섬기겠습니다."

    이들은 교회에서는 장로와 평신도의 관계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주인과 머슴의 관계가 되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직분을 다했다. 후에 조덕삼도 장로가 되었다.

    조덕삼은 이자익을 1910년부터 5년간 평양신학교에 유학을 보냈다. 그리고 목사가 된 이자익을 금산교회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물론 그동안 조덕삼은 이자익을 위해 모든 것을 뒷바라지해주었다. 조덕삼의 따뜻한 배려에 힘입어 이자익 목사는 한국교회 유례없는 장로교(통합, 본교단) 총회장을 세 번이나 역임하고 전국에 20여개의 교회를 설립했다. 그는 대전신학교를 설립한 분이기도 하다. 참으로 세상에서 보기 힘든 경이로운 삶을 보여준 자랑스런 믿음의 선진들이다.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