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할지라도 하나님은 나와 함께 계신다

  야곱(야아코브, יַעֲקֹב), ‘발꿈치 잡은 자(창25:26), 속이는 자(창27:36)’를 의미한다. 야곱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았다. 쌍둥이 형 에서의 ‘발꿈치를 잡고’ 태어난 야곱은 자기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서슴치 않고 움켜잡으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속셈을 가지고 상황을 조종하고(창25:27-34), 눈이 어두운 아버지 속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창27:1-29)

  야곱 이야기를 살펴볼 때, 그는 거룩한 삶이나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인 인물은 아니다. 그리스도인 입장에서 야곱 이야기는 가끔 짜증 나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움켜잡으려 하고 속이려 하는 야곱의 잔꾀, 집념보다 산사나이 에서의 호탕함에 더 마음 끌린다.(창25:32-33, 33: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곱에게 한 가지 열심, 열정이 있었다. 수시로(특히, 어려울 때) 하나님을 찾으며 <하나님 주시는 특별한 복(은총)>을 사모하며 살아가려는 열심, 열정이 그의 삶 전체를 관통한다. 그는 자신 삶에 ‘하나님 주시는 복’으로 가득 채워지기를 사모했다.(창25:31, 27:1-29, 30:37-43)

  야곱이 하나님 주시는 복(은총)을 받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하나님을 향한 야곱의 열심, 열정은 지나치다 할 정도다. 그는 ‘하나님 주시는 복’을 받기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하고, 눈 어두운 아버지를 속인다. 그러나 하나님은 야곱보다 더 큰(?) 열심, 열정을 보이신다. 마치 야곱 뒤를 쫓아다니기라도 하는 것처럼 수시로 그를 찾아가시고, 반복적으로 부르시고, 나타나신다. 야곱이 예상하지 못할 상황에서, 특별히 야곱이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님은 나타나셔서 그를 도우신다.

  성경은 하나님이 야곱의 일상적인 삶에 직접 개입하셔서 그를 다듬어가시는 모습을 자세하게 기록한다. 특별히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보내는 20년 동안 야곱은 자신의 삶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감동하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숙해 간다.

  형 에서의 분노와 살기를 피해 외삼촌 집으로 피신한(?) 야곱은(창27:41-45) 외삼촌 집 양 떼와 염소 떼를 기르면서 낮에 더위와 밤에 추위를 부릅쓰고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일했다.(창31:40-41) 눈 어두운 아버지를 속인 야곱은 외삼촌에게 속아 라헬 대신 레아를 맞이하고(창29:23-27) 열 번이나 품삯을 떼어먹혔다.(창31:41하) 외삼촌 라반은 본가(本家)에 가려는 야곱의 몫을 빼앗으려 했고(창30:35-36) 외삼촌의 아들들은 오해했다.(창31:1) <그러나> <그러할지라도> 하나님은 야곱과 함께 하시고(창31:5), 야곱을 지키시고(창31:7) 야곱의 억울한 처지를 살펴보셨다.(창31:12) 외삼촌에게 빼앗긴 품삯을 배앗아 야곱에게 돌려주셨다.(창31:9)

  타임지를(TIME) 창설한 헨리 루스(Henry R. Luce)는 “타임지가 아니라 성경이 먼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했다”고 말했는데, 성경은 사람을 찾으시고, 지구상에 그분 나라를 점진적으로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다. 야곱의 이야기는 오늘 나(우리)에게 동일하게 계속된다.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