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고 그리스도께서 사신다!(갈2:20)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고모 손에 자란 소녀가 있었다. 고모는 조카들을 위해 결혼도 하지 않고 어린 조카들을 길렀다. 어느덧 소녀는 자라서 고등학생이 되었고 친구의 전도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믿음을 갖게 된 소녀는 고모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영 마음에 걸렸다. 사춘기 조카는 조카대로 잔소리가 심한 고모에게 반항심이 커졌고, 고모 역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교회에 가는 조카가 못마땅했다. 소녀는 교회에 가면 고모에게 잘못한 일을 회개하고 잘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집에만 가면 좀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고모가 조금만 잔소리하고 야단쳐도 화를 참지 못해 고모에게 대들거나 화를 냈고,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회 예배에서 소녀는 목사님의 설교에 큰 은혜를 받았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2:20)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는 말씀이 소녀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렇구나! '내'가(바로 '내'가) 고모를 만나니까 안 되는 거야. 예수님 내 안에 계신데, '예수님'이(내 안에 계신 '예수님'이) 고모를 만나주시면 되겠구나!"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막상 현관 앞에 서자 소녀는 다시 자신이 없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모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야단을 칠 것이고, 그러면 자기도 참지 못하고 또 싸울 것만 같았다. 소녀는 현관 손잡이를 잡고 기도했다. '예수님, 제가 고모를 만나면 오늘 또 싸울 것 같아요. 예수님이 고모를 만나주세요. 저는 죽었고, 예수님이 제 안에 살아 계시잖아요.'

  그렇게 기도하고 문을 열자 역시나 고모는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소녀를 맞았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너 교회 갔었지!" 하고 무섭게 야단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소녀의 눈에 야단치는 고모의 무서운 얼굴은 안 보이고, 어느새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난 늙은 고모의 모습이 들어온 것이다. 조카들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쓸쓸히 늙어가고 있는, 지치고 여윈 고모 모습이 보인 것이다. 소녀는 너무 마음이 아파 고모를 와락 끌어안았다. "고모! 얼굴에 왜 이렇게 주름이 많아? 언제 이렇게 흰머리가 났어? 고모, 우리 때문에 이렇게 늙어버렸어…."

  어린 조카가 자신을 끌어안고 펑펑 울기 시작하자 고모의 가슴도 갑자기 뜨거워졌다. 평생 조카들을 위해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살아온 고모에게 얼마나 많은 슬픔과 한이 있었겠는가? 그런데 조카가 자기를 끌어안고 그렇게 엉엉 울자 고모의 가슴에서 응어리진 것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예수님께서 고모를 깊이 만나주셨고, 그 후 고모 역시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유기성.『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 87-91쪽) 나는 죽고 예수님으로 살자.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