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鍊鍛)1(창세기 강해24)
◎성경/ 창12:10-20 ◎찬송/ 441장(2001.10.21. 주일오후/ 좋은교회)
1. 아브라함이 처음 믿었던 종교는 무엇이었을까? 유대인 전승에 의하면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우상을 제작해 파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대다수의 성서학자들은 아브라함도 우상 숭배자였을 것으로 본다(수24:2,24- “여호수아가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에 옛적에 너희 조상들 곧 아브라함의 아비, 나홀의 아비 데라가 강 저편에 거하여 다른 신들을 섬겼으나…”).
2. 우상숭배자였던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나이가 75세였다(그 전일 가능성은 있다/ 행7:2-4).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 되려고 할 때에 얼마나 많은 장애가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한 생명이 신앙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백성이요, 하나님의 자녀로 성숙해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더딘 일인가를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따라서 우리는 본문의 상황에서 아브라함이 ‘기근으로 인하여’ 애굽으로 내려간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3.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복이 될 것을, 은혜와 복의 통로가 될 것을 약속으로 받았다고 해서(창12:1-3) 어느날 하루아침에 아브라함의 인생과 가치관과 신앙관이 바뀌어지고 성숙해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오히려 점진적인 인격의 성숙을 이루면서 영적으로 성숙해질 때에 그 변화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아브라함이 그러했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이 되기까지에는 그만큼의 훈련과정이 필요했고, 그 훈련과정을 통과하고서야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 될 수 있었다. 여기 그리스도인들의 영성 훈련에 대한 비전을 가져본다.
4. 철을 단단하게 하려면 열처리를 해야 한다. 뜨거운 온도에서 쇠를 구웠다가 망치로 때리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철이 철답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앙에도 신앙의 훈련이 있다. 마치 쇠가 스스로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불 속에 들어갔다가 나와야 하듯이, 성도에게도 스스로의 신앙성숙을 이루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과제는 누구 한사람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을 기독교적인 용어로 단련(鍛鍊), 또는 연단(鍊鍛)이라고 한다(*욥23:10-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
5. 아브라함의 첫 단련은, ‘약속의 땅’에 기근이든 것이었다(창12:10). 고대문명 발상지의 한 가운데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상지인 우르, 하란을 떠나 미지(오지?)의 땅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었는데, 이 엄청난 “모험을 시작”하여 “복된 인생을 꿈꾸면서” 가슴 부풀어 있는 ‘하나님의 사람’ 아브라함에게 ｢기근｣이 가능한 일인가? ‘만사형통만 있어야지…’.
6.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훈련시키기 위하여 “연단”이라고 하는 고된 인생 여정을 사용하시기 시작하신다. ‘약속의 땅’에 ‘기근’이 들도록 허용하신다. 여기 “하나님의 백성도 어려움을 당하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음을 발견한다. 이 출발점으로부터 하나님의 오묘한 ｢연금술｣은 시작되고 있다. 단단한 믿음, ‘믿음의 조상’이라고 하는 타이틀에 걸맞을 깊이 뿌리내린 믿음을 소유하게 하시고자 하신다.
7. 이사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기근 앞에 아브라함은 힘없이 애굽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아브라함. 그가 거하고 있는 네게브(ב- 9절에 ‘남방’으로 번역됨) 지역이 본디 ‘지명’으로 되면 아브라함의 결단이 더욱 커 보인다. ‘בגנ’의 의미가 ‘마른’(dry), ‘볶다’, ‘바짝 말리다’(parch)라는 의미인데, 결국 심각한 기근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신11:11). 그리고 아브라함은 여기서 이 메마른 땅에서조차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법칙”, 즉 “믿음의 법칙”(신11:12)을 깨달아야 했다.
그러나, 아직 아브라함의 믿음은 여기까지 이르지 못하였으니, 이어지는 이야기가 이를 증명해 준다. 아브라함은 보기 좋게(?) 애굽으로 내려갔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아내를 누이동생으로 눈속임해야 했으며,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되니, 애굽왕 바로에게 아내 사래를 빼앗겨(?)버린다(15절).
8.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인 이 때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신다(17절).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복을 받게 되니 상당한 부(富)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16,20절). 아브라함은 한 일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바로 편에서 억울(?)하게 되었다. 신부에게 줄 지참금을 후하게 주었으며 은혜를 베풀고도(16절), 재앙을 받으며(17절) 주었던 신부를 위해 지불한 지참금도 찾지 못하고 고스란히(?) 아브라함 부부를 돌려보내야 했다(20절). 이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하나님이 하신 일은 이렇다.
만일 내가 오늘 본문 상황의 아브라함이었다면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나님이 어떠한 하나님이라고 고백할 것인가? 서서히 아브라함에게 “신앙의 눈”이 떠지고 있다. 심각한 ‘기근’이라고 하는 연단(鍊鍛)을 통하여….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이여! 그의 판단은 측량치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롬11:33/ 표준새번역- “하나님의 부유하심은 어찌 그리 크십니까?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은 어찌 그리 깊고 깊으십니까? 그 어느 누가 하나님의 판단을 헤아려 알 수 있으며, 그 어느 누가 하나님의 길을 더듬어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