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축복권(祝福權)Ⅱ(창세기 강해53)
◎성경/ 창27:30-46 ◎찬송/ 410장(2002.6.16. 주일오후/ 좋은교회)
1. 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에서의 이야기는 ‘후회와 분노’(김상복목사님)로 얼룩져 있습니다. 에서는 헷 족속의 딸과 결혼으로 인해 부모를 가슴아프게 했었는데(26:34-35), 별미를 원하시는 아버지께 이 기회에 관계를 회복하려고 흥분된 상태로 들어왔을 법 합니다(31절). 그러나 이미 야곱이 다녀간 후의 일이었습니다(30,33절). ‘차 지나가자 손드는 격’이 되었습니다.
2. 이삭은 ‘심히 크게 떨며’(33절상) 이 일의 결국을 알고자 합니다. ‘워예헤랃 이츠하크 하라다 끄돌라 앋-므오드’라는 표현인데,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게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의 ‘분노’로 인한 것일 수 있습니다(감성적이고 여린 이삭이 유일하게 분노하는 장면인데, ‘화 안내던 사람이 화내면 더 무서운’ 경우를 상상 수 있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삭은 에서를 축복하기 원했지만(하나님 말씀을 애써 외면하고?- 25:23 참고) 이삭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하나님 말씀대로 야곱을 축복하게 된 현실을 보면서 ‘하나님 앞에서’ 두려워 떠는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둘 다 가능성이 있는 해석입니다만, 후자의 해석을 취한다고 하면 굉장한 전율이 아닐까요? 이삭의 현재 나이와 정황에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이렇게 떨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전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스9:4,10:3, 사66:2,5, 빌2:12).
3. 한 번 축복한 것을 돌이킬 수 없음을 안(33절하) 에서가 ‘방성대곡’(放聲大哭)하며 아우를 원망하지만(34-36절), 사실 에서의 실패가 우연한 것은 아님을 성경이 증언합니다.
에서는 ‘장자의 명분’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장자의 명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사람이었습니다(25:27-34). 에서는 가정을 이룰 때에도 하나님은 안중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26:34-35, ‘부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결혼’이었습니다- 27:46, “나는 헷 사람의 딸들 때문에 사는게 아주 넌더리가 납니다”, 표준새번역). 그리고 성경 어디에도 에서가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을 찾았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반면에 야곱은 어려울 때 기도합니다. 얍복강 가에서 하나님 축복을 받기 위해 드린 ‘목숨을 건 기도’(32:22-32)는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의 인생이 바뀌는(이름이 바뀐 것) 전환점이 되는 기도를 드립니다. 야곱은 계속해서 힘들 때마다 하나님을 찾습니다(35:3).
‘하나님만이 주시는 권리’가 있습니다(김이곤교수는 ‘生得權’이라고 표현합니다). 마치 나봇이 목숨 걸고 포도원을 지키는 권리(왕상21장), 왕도 손을 대지 못하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이 고유한 권리, 축복, 은혜는 ‘구하는 자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고유한 권한(하나님의 절대주권)에서부터 나옵니다. 천국도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마11:12).
4. 에서가 피눈물(?)로 호소하여도(36하,38절) 야곱에게 주어진 축복은 취소되지 않습니다. 기름진 땅은 이미 야곱에게 주어졌으니(28절), “기름지지도 않고, 하늘에서 이슬이 내리지도 않는 곳”(39절, 표준새번역)만이 에서에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아무리 에서에게 무력(武力)이 주어진다 해도, 야곱을 해할 수는 없습니다(40절). 이미 야곱은 에서의 ‘주인’(主)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29절). 아무리 ‘아우를 죽이려고’ 이를 갈아도(41절), 야곱을 해할 수가 없습니다.
5. 야곱이 잠시(몇 달 동안, 44절) 형 에서의 낯을 피하려고 했지만(44-45절), 그 기간은 무려 20년이 됩니다(31:38,41). 이 20년 기간 동안 야곱은 수많은 고생을 합니다. 외삼촌에게 열 번이나 ‘속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기간 동안 야곱은 ‘거부가 되어’(31:1) 돌아옵니다. 어머니 리브가는 ‘곧 (사람을) 보내어 야곱을 불러오리라’ 계획하지만, 인간 만사 사람 뜻대로만 되지는 않습니다.
6. 리브가가 야곱 도피(?)의 이유를 ‘믿음의 결혼’으로 말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46절). 본문 전개의 줄거리로 볼 때 궁색한(?) 변명 같이 보이지만, 리브가의 마음이 실제로 이 마음이었다고 본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에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여러분의 목사는 분명히 리브가에게 이런 마음이 있었다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