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아내들, 아들 아들들(창세기 강해 58)

◎성경/ 창30:1-24 ◎찬송/ 410장(2002.7.28. 주일오후/ 좋은교회)

1. 창세기에서 읽기 괴로운(?) 부분이 몇 곳 있습니다. 차라리 3장은 ‘하나님과 같아지려는’ 유혹에 넘어간 이야기니까 겸손하게 회개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오히려 은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19:30-38의 ‘롯과 롯의 두 딸’ 이야기와 38장의 ‘유다와 며느리 다말의 이야기’, 35:22의 ‘서모 빌하와 르우벤’ 이야기 등은 참으로 민망(?)한 장면들입니다(19:30-38 부분을 강해할 때 중2 딸아이가 참석했었는데, 집에 가서 하는 말; ‘아빠, 창세기가 야해요’ 하더군요)(^-^).

오늘의 본문 이야기 전개가 또한 민망한 이야기일 수 있겠습니다. 반기독교적인 사상을 가진 무신론자들 가운데 성경의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면서 ‘자녀들에게 성경을 읽혀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한편 생각하면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을 그대로 보존한 성경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요소들이야말로 타락한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리 신앙이 좋은 성도들이라 할지라도 세속적인 욕망의 유혹에서 자유할 수 없다고 볼 때에 성경의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통해서 인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면도 있습니다. 흔히 ‘나도 그래야지!’ 하고 배운다면, 때로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배울 수도 있지요. 무엇보다도 ‘불완전한’ 선진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열심”(왕하19:31, 사9:7, 고후11:2)을 확인하면서, “하나님 은혜”(오직은혜, ‘sola gratia’)를 절감하게 됩니다.

2. 야곱의 인고(忍苦)의 세월(?)이 출발합니다(1절). 야곱이 나타나기 전에는 의좋은 자매였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 투기(妬忌)하는 사이가 됩니다(그래서 훗날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매를 동시에 아내로 삼는 일을 금합니다.- 레18:18). ‘말 같지 않은’(?) 라헬의 억지에 야곱은 견디지 못하고 분노하게 됩니다(2절상) 라헬은 라헬대로 속이 상해 있었습니다. 언니 레아와의 사랑이 깊으니까 언니만 아이를 많이 낳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거든요. 야곱은 야곱대로 속이 상하지요. 라헬이 자기 사랑을 의심하고 막말을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개와 고양이’ 싸움은 ‘꼬리의 사인’이 달라서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엉겁결에(?) 하나님의 이름도 도매금으로(?) 넘어가 원망의 대상이 됩니다(2절하). 사실 아이의 생산은 ‘하나님 손에’ 있는 것이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요? 부부간에도 할 말 안할 말이 있습니다.

3. 여인의 한은 ‘오뉴월(5,6월)에도 서릿발이 내리게 한다’고 했던가요? 급기야 라헬은 시할머니를 본받아(?)(사실은 당시 관습이겠지요) 여종 ‘빌하’를 야곱의 아내로 삼게 합니다. 그리고 아들을 얻어 “하나님이 내 억울함을 푸시려고 내 소리를 들으사 내게 아들을 주셨다”(6절)고 하지만, 글쎄요 무엇이 ‘억울한 일’이고, 무엇이 ‘억울함을 푼 일’이 되는지 오늘의 회중들은 답답함을 느낍니다.

억울함을 푼 일에서 한걸음 더 나갑니다. “내가 형과 크게 경쟁하여 이기었다”(8절)고 외칩니다. 그러나 언니 레아와 ‘이기고 질’ 사이가 된 것도 안타깝거니와 ‘무엇을 이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단과 납달리는 전혀 유명(?)한 아들도 아니고 굉장한(?) 지파를 이룬 것도 아니거든요…(‘自畵自讚’이란 말을 이 때 사용해도 될까요?).

4. 이제 레아 차례인가요? 이미 4형제 보았으면(이 중 ‘레위’와 ‘유다’는 걸출한 인물이었습니다), 눈감아주어도(?) 될 것을 시녀 ‘실바’를 남편에게 아내 삼게 합니다(9절). <정말, “복되고”(11절), “기쁘기도”(13절) 하겠다!!>(요즈음 청소년들이 빈정댈 때 쓰는 어투랍니다)(^-^). 갓과 아셀 역시 내놓고 자랑할 인물들은 아닙니다.

5.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지고야 마는군요. 레아와 사이에 낳은 장남 르우벤이 들에서 ‘합환채’(合歡采, ‘자귀나무’- 표준새번역/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신경쇠약․불면증에 약용한다”고 합니다- 동아세계대백과사전)를 얻었습니다(14절). 고대에 최음제와 임신에 좋은 약초로 알려진 풀이라고 합니다. 야곱은 이 ‘풀 한포기’에 팔려(?)갑니다(14절). 하룻밤 품값(?)인가요? 레아가 잇사갈과 스불론을 낳지만(18,20절) 둘 역시 빼어난 아들들은 아닙니다.

6. 하나님께서 “라헬을 생각하시고”(22절) 아들을 주시니, ‘요셉’입니다. “아들 하나 더 낳기 원해”(24절) 지은 이름입니다. 늦게 얻은 아들 요셉으로 인하여 야곱 가문의 운명(?)이 바뀌지요? 여기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말을 사용하기는 무리가 따릅니다만, ‘늦게 임한 은혜’도 참으로 소중한 은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