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과 은혜, 그리고 비전(창세기 강해 59)
◎성경/ 창30:25-43 ◎찬송/ 542장(2002.8.11. 주일오후/ 좋은교회)
1. 야곱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계획합니다(25-26절). 외삼촌 라반의 집에 온지 14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일로 봅니다(창31:41참고). 외삼촌의 집에 온지 14년이 흘렀으나 야곱은 아직 독립된 산업(가업)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 4명과 아이들 12명(아들11, 딸1)이 줄줄이(?) 야곱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몇 날 동안”(창27:44) 예상했던 일이 14년이 흘러버렸습니다(창세기 강해 53-5항 참고). “내가 곧 (사람을) 보내어 너를 거기서 불러오리라”(창27:45)고 하던 어머니 리브가의 말이 지켜지지 않습니다. 만사 ‘사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간사(人間事)입니다.
2. 라반은 야곱을 선뜻 보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여호와께서 너(야곱)로 인하여 내게(라반) 복 주신 것을 깨달았노니…”(27절)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너로 인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고(습 3:17), 복 주신다는(창39:1-5) 사실은 성도에게 얼마나 소망이 되고 힘이 되는 말씀인지 모릅니다. 비록 야곱이 형의 장자권을 욕심 냈고, 눈이 어두운 아버지를 속였으나 하나님은 야곱에게 넘치는 은혜를 주십니다.
급기야 라반은 “품삯”을 정하라고 하게 됩니다(28절). 레아를 위해 7년, 라헬을 위해 7년을 합한 14년을 일한 야곱을 더 이상 잡아둘 명목이 없어진 지금 외삼촌 라반이 야곱을 붙잡을 마지막 방법입니다. 그리고 야곱에게는 이제야말로 “내 집을 세우기 위한”(30절하) 절호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절호의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성도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고 지혜롭게 ‘(절호의) 기회를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술 취하지 말고’ ‘성령의 충만’을 받아야 합니다(엡5:15-21).
3.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공적을 비교하여 하나님 은혜를 강조하다가 지나치게 인간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위의 2항 참고). 본문의 야곱에 대한 해석에서 이런 염려되는 일을 발견합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분명히 “나(야곱)의 공적을 따라”(30절중) ‘적었던 외삼촌의 소유가 번성하여 떼를 이루었음’(30절상)을 말씀합니다.
적어도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일하는 동안 야곱은 <열심히> 일했습니다. ‘7년을 수일 같이’(창29:20) 일했습니다. 또한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암염소와 수양을 끔직하게 아끼고’ ‘물려 찢긴 것은 보충하고’ ‘낮에 더위를 무릅쓰고, 밤에는 추위를 당하며, 눈붙일 겨를도 없이’(창31:38-40) 일했습니다. 이런 야곱을 하나님이 기억하셨고, 라반이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내노라하는(?) 창세기 강해서(講解書)가 이 점을 간과하고 ‘값싼 은혜’(본 회퍼, D. Bonhoeffer)를 부지런히(?) 강조하려 합니다.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아야 하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합니다.
4. 야곱은 내친김에 ‘어느 때에야 내 집을 세우리이까’(30절하)라고 라반에게 정당한 대우를 요구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몸 값’을 불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일해서 인정 받아야 합니다. 누가 보아도 ‘그 사람은 그 액수의 연봉 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평가를 받아야지, ‘사장님이 장로님이라고 저 친구 연봉 저렇게 주는데… 내 참, ××워서’라는 말을 들으면 안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서 <실력>과 <성실함>으로 승부(?)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당당해집니다.
5. ‘정당한 임금’을 위해서 야곱은 모험적인 <비전>을 갖습니다(31-32절). 수전노인 외삼촌 라반이(35-36절, 창31:41절하) 단 한번의 요구로 정당하게 임금을 지불할 것으로 보지 않았던 야곱은 “나의 의가 나의 표징이 되리이다”(33절, ‘나의 정직함이 증명될 것입니다’- 표준새번역).
6. 라반이 아들들을 동원하면서까지 야곱에게 갈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동안(35-36절, ‘라반의 아들들’이 혜성같이-?- 등장합니다), 야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보고” 그의 비전을 실천합니다(37-42절). 본문에 기록된 <야곱의 비전>은 마치 ‘미신처럼’ 보이지만, 야곱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이 방법 외에 달리 길이 없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아마도 ‘평소 양들의 습관’을 눈여겨 본 야곱이 이런 방법을 고안해 냈을 것입니다).
나무 껍질을 벗겨 ‘흰 부분’을 드러내’(37절, ‘라반’은 ‘흰 부분’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라반’을 통해서 ‘평소 양들의 습성’을 잘 아는 야곱이 거부가 되는(43절) 것으로 본문이 마감됩니다. 우리는 본문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사람의)공적”과 “(하나님의)은혜”, 그리고 “(성도의)비전”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