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면 됩니다(창세기 강해65)
◎성경/ 창33:1-17 ◎찬송/ 347장(2002.9.22. 주일오후/ 좋은교회)
1. 중세 신학(철학)의 거장인 어거스틴은 젊었을 때의 방황을 믿음으로 극복하여 성자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입니다. 그의 제자가 “선생님, 기독교 신앙의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었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서슴없이 대답했습니다. “그건 ‘겸손’이지”. “그러면 두 번째 덕목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그것도 ‘겸손’이야”. “세 번째 덕목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빙그레 웃으면서 “그것도 ‘겸손’이지”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구약성경 가운데 지혜의 책인 잠언 곳곳에서 ‘겸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3:34, 11:2, 15:33, 16:19, 18:12, 22:4, 29:23등). 무엇보다도 우리 주님께서 ‘겸손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천국에서 큰 자는 자기를 낮추는 사람(마18:4, 23:12)이라고 하시면서, 당신이 오신 목적 자체가 ‘섬기려 함’이라고 하시면서, ‘목숨까지도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고 하셨습니다(마20:28). 사도 바울은 이런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겸손하게 낮아지신 우리 주님의 마음)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빌2:5-11). 겸손은 이처럼 중요한 성경의 큰 주제요, 그리스도인의 덕목입니다.
2. 야곱이 겸손하여 큰 유익을 얻습니다. ‘겸손’으로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 그리고 재산을 지켜 냅니다. 야곱이 에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여기 ‘겸손’에 있습니다. 그리고 ‘겸손’은 ‘성령님의 은사(선물)’입니다(롬12:3- 은사의 시작?, 고전14:40- 은사의 끝?).
3. 얍복강 가에서 ‘허리가 부러지는’(32:25) 지경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축복’을 간구하면서 ‘새로운 존재’가 된 야곱(이스라엘)은 가족들 ‘앞에’ 담대하게 나갑니다(3절- 물론, 레아와 라헬의 종들을 앞세우고, 레아를 다음에, 라헬을 뒤에 세운 행동은 논의의 여지가 있습니다, 1-2절). 그러면서도 야곱은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고 형 에서에게 다가섭니다(3-10절, 특히 10절). 얼마나 그 모습이 감동을 주는지, 에서가 옛 서운함을 떠올릴 겨를이 없을 정도였습니다(4,9,12절).
‘일곱번 땅에 굽히며 절하는 것’(3절)은 왕에게나 하는 일입니다. 철저하게 낮아지는 모습입니다. 처지가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야곱이 에서에게 이렇게 다가가는 것은, 교만하고 악착같던 ‘옛날의 야곱’(?)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사람은 영적인 존재인지라, 상대의 얼굴을 보면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인지 겉만의 행동인지를 느낌으로 알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에서가 이렇게 감동을 받은 것을 미루어볼 때에 분명히 야곱의 행동은 ‘전혀 새로운 존재’로(32:28, 고후5:17)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즉 “성령님께서 그렇게 감동시켰기 때문”이라는 설명 외에 다른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4. 그렇습니다. 성령님의 은사를 받으면 신앙인의 담대함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문제 앞으로 당당하게 나갑니다. 정면돌파 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집니다. 하나님의 영은 능력의 영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야곱은 이제 ‘순간만 모면하는’ 앝은 꾀를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에 닥친 문제를 향해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합니다. 겸손으로 허리를 동인채로.
동시에 성령님의 은사를 받으면 진정한 겸손이 선물로 주어집니다. 그것은 오만하지 않은 것이며, 비굴하지 않은 것입니다. 중용(中庸)의 도보다 깊은 것입니다. 마음 속 깊은데서 나도 모르게 우러나와서 드러내는 성령님의 열매이기 때문입니다(갈5:22-23). ‘마음의 여유와 드넓은 가슴’은 하나님의 얼굴을 본 사람(브니엘,32:30)만이 받는 은사요, 축복입니다. 일반인들은 이런 경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5. 에서와 야곱이 우는 장면을 포함한 창33장은 흔히 남북 화해를 말할 때에 단골 본문(?)으로 등장하곤 했습니다. 특히 해방 후 50년을 맞는 1995년에는 대단했습니다. ‘희년’(50년만에 사람과 토지, 모든 속박을 풀어주는 해)을 맞아 남북 통일의 대업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분들이 쌓아놓은 결과로 오늘의 남북화해의 기운이 무르익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남북통일’을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일’ 본문으로 삼는 일에도 일리는 있으나, 너무 확대 해석하면 무리가 따릅니다.
결국 남북 통일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바람직한 태도는 ‘기다림’의 영성을 회복하고, ‘하나님께서 하실 분야’를 남겨 놓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남북의 통일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것을 무리하게 ‘사람의 일정표’에 몰아넣거나, 성경의 특정 본문을 들어 개인의 생각을 합리화하고 절대화하는 일은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여러분의 목사는 ‘남북통일’을 고대하고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단지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알자는 말씀이지요.
6. 한가지 놓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변화된 사람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먼저 변하지 않고 상대방을 변화시키는 일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출발부터가 불가능한 일입니다. 가정생활에서, 사회생활에서, 교회생활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입니다. 내가 먼저 ‘하나님의 얼굴’을 뵈어야 합니다. ‘야곱’과 같은 내가 먼저 ‘이스라엘’로 변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가정이 변합니다. 사회가 변합니다. 교회가 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