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에서 헤브론까지(창세기 강해69)

◎성경/ 창35:16-29 ◎찬송/ 401장(2002.10.20. 주일오후/ 좋은교회)

1.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노래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노래를 지은 사람과 부른 사람은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노래였습니다. 그러나 ‘나그네길’이라는 말은 어딘가 운치가 있어 보였습니다.

인생의 여행 마지막까지 중단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습니다. ‘믿음의 길’이어야 한다는 명제입니다.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인생 여정(旅程, 순례자의 길)에 기쁨과 감격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요. 그러나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우울증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고, 심지어 죽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때 우리 인생 길에 결코 중단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히11:5)입니다. 하나님께 예배하고 순간순간 하나님 은혜의 보좌(히4:14-16) 앞으로 나가는 일입니다. 구약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 가운데 ‘슈브’(בושׁ, ‘돌아오라’)가 있습니다. 의미 있는 일입니다.

2. 야곱의 인생 여정이 참으로 힘든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창47:9).

1) 20년 외삼촌 집에서 살면서 열 번이나 속임 당하여 임금 착취(?) 당하고(창31:41), 온갖 고생 다 했음에도(창31:38-40) 돌아오는 것은 변절한(?) 외삼촌과 외삼촌 아들들의 서슬 퍼런 눈초리, 의심에 가득찬 눈초리였습니다(창31:1,5).

2) 그치지 않는 형 에서의 분노였습니다(창33장).

3) 딸 디나의 고통스런 눈물입니다(창34장).

3. 야곱은 자신에게 닥친 이러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눈물을 삼키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여 위기들을 면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강준민목사님은 야곱에 대해 󰡔잡초 같은 인생에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두란노, 2001)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야곱은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승리하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4. 가슴아픈 디나의 사건을 ‘벧엘로 올라가자’는 믿음의 결단으로 연결시킨 야곱은 벧엘에서 ‘엘 벧엘’(벧엘의 하나님)께 단을 쌓고 헤브론까지의 여정을 계속합니다. 인생 여정에 때로 힘든 일이 많이 있어도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새로운 결심으로 ‘그 아비 이삭에게 이르기까지’(27절) 헤브론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합니다<‘연합, 동맹’이라는 뜻을 가진 헤브론은 이후 유다 역사에 의미 있는 장소가 됩니다. 믿음의 사람 갈렙에게(수14:6-15), 다윗이 왕으로 즉위하고 7년 반 동안 수도가 됩니다(삼하2:11)>. 헤브론 아버지 품에 돌아갈 때까지(천국문에 이르기까지???),

1) 야곱의 가장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극심한 산고(16절)를 이기지 못하고 죽습니다(19절). 베들레헴입니다. 예수님 탄생하신 곳이지요. 이곳에서 산파의 힘을 다한 위로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곱의 사랑하는 라헬은 그렇게 힘없이 사라집니다(17절). ‘벤-오니’(י󰗼וֹא־ן󰔳, ‘슬픔의 아들’, 18절a)라는 이름의 베냐민을 낳고서.

“두려워 말라. 지금 그대가 또 득남하느니라”(17절)는 산파의 격려와 최선을 다한 모습은 우리에게 귀감이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성실하게 일했는데, 내 능력이 부족하여 이루지 못한 일은 하나님께서 이루십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해 이루지 못한 일에는 하나님께서 책임(?)을 지지 않으십니다. 다시 보는 옛 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2) 야곱은 극심한 슬픔, 절망 속에서도 ‘벤-오니’(י󰗼וֹא־ן󰔳)를 ‘빈야민’(ןי󰗬󰖷󰘁󰔩, ‘내 오른손의 아들’, 18절b)으로 고쳐 부릅니다. 라헬에게는 ‘슬픔의 아들’로 보였는지 모르나, 야곱에게는 ‘내 오른손의 아들’로 보였습니다. 야곱은 요셉(‘더하다’)을 낳으면서 아들 하나를 더 구한 라헬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베냐민을 향하여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소망하는 위대한 신앙고백을 그 이름으로 남겨주기 원했던 것입니다. 부모들이여! 야곱을 잘 보십시다!

3) 다시 시작된 여행길에(예델, 21절), 장남 르우벤이 씻을 수 없는 죄를 짓습니다.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서모(庶母) 빌하를 범한 것입니다(22절). 아내 많은 것이 복이 아닙니다. 많은 갈비뼈들 가운데 하나님은 ‘한 개’만 뽑아 ‘한 명’의 아내를 배필(配匹, ‘돕는 사람’, helper)로 주셨습니다. 야곱이 피눈물을 흘립니다.

당시 이방 풍습 가운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아버지의 첩을 취함으로서 아버지의 후계자라는 권한을 갖게 되는 좋지 못한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에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장남 르우벤은 부권(父權)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이 일로 르우벤이 받을 장자의 축복은 물거품이 됩니다(창49:3-4).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 그 축복을 쏟아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4) 결국, 우여곡절 끝에 야곱은 헤브론에 이르러 형 에서와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룹니다. 아버지의 주검 앞에서 에서와 야곱은 함께 장례를 치룹니다(2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