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말씀의 신학” / 바르트(K. Barth)와 함께
Ⅰ.들어가면서: 신학자와 함께 하게됨에 대한 변(辯).
신앙 생활을 하는 가운데에 두 가지 부류의 오해에 빠지기 쉬운 것을 발견하곤 한다. 하나는 ‘덮어놓고’(성경을 펴지 않고 덮어놓고 믿는 경우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였음) 믿는 사람들이다. ‘믿-쓰-음니다’ 하나로 다 된 것처럼 오해하고 자고(自高)하는 신앙 생활이다. 다른 하나는 ‘-적, -적, -적’을 신앙의 모토로 삼는 신앙 생활이다. 자기 이성과 자기 지식에 이해되는 것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지식의 교만을 가진 경우이다. 전자가 기복적인 신앙으로 현혹되기 쉬운 살얼음과 같은 신앙의 형태라고 한다면, 후자는 바위보다 단단한 얼음산과 같은 딱딱함과 무미 건조함을 가진 신앙의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고민이 없는 신앙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식만 강조하여 머리에서만 맴도는 신앙은 거대한 고급 주택에 사람 한명 살지 않는 스산하고 살벌한(?) 공동묘지 옆에 있는 산당과도 같다. 결국 권장되어야 할 신앙의 형태는 둘을 잘 조화시킨 신앙 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흔히 표현하기를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신앙 생활하는 경우라고 한다.
Ⅱ.머물면서: 하나님 말씀의 세가지 형태.
1886년 5월 10일 바젤에서 태어나 독일의 유수한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11년 자펜빌의 공업촌에서 목회를 하다가 1921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던 칼 바르트. 그는 1935년 나치 정권에 의하여 독일에서 추방당해 1956년에 은퇴할 때까지 고향 바젤에서 조직신학을 강의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교회 교의학”은 10권 7,843면의 방대한 책으로 “일종의 改新敎式 神學大典”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저서이다.
그는 방대한 그의 저서의 제1장을 “하나님의 말씀(the Word of God)”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 가운데 4부에 “하나님 말씀의 형태(the Form of the Word)”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바르트에 의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세가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선포된 말씀(the preached Word)” “기록된 말씀(the written Word)” “계시된 말씀(the revealed Word)”이다.
1.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설교
선포는 하나님의 교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교회의 설교는 곧 하나님의 말씀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는 결코 인간과 사물 속에 존재하는 가치나 내용의 인식을 위한 강연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의 설교를 통하여 선포된다고 할 때에 이 선포는 하나님의 말씀이 “사건(event)”으로 나타나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두 가지 요소를 생각해 보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겠다. 우리의 예배는 두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우리의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요소이다. 기도로 우리의 소원을 하나님께 고하며, 우리의 감사를 드리고, 찬양을 드린다.(예배 가운데 기도와 찬양, 그리고 봉헌의 순서이다.) 다른 하나의 요소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것들이다. 우리의 경배와 감사, 기도를 받으신 하나님은 세우신 사자(使者)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주시고, 복을 내려 주신다.(예배 가운데 설교와 축도의 순서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예배 드리는 모습이 영과 진리로 드리는, 몸과 생활 전체를 드리는 거룩한 산제사가 되어야 할 것이고,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여 나의 삶 전체를 수술하는 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사자들에게는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神言)’이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산고의 노력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이 삶으로 선포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 요구 된다면,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세우신 사자들의 입을 통하여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을 ‘아멘’으로 받아 삶에서 “사건(event)”이 되도록 할 것이지 감히 이렇쿵 저렇쿵 함부로 도마 위에 올려놓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자녀들 앞에서 삼가 조심하여 자녀들이 신앙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성서
설교는 진공(vacuum) 상태에서 일어날 수 없다. 매 사건이 다 설교일 수도 없다. “교회의 선포가 자기독백이 되지 않고 ‘교회를 향한 말’이 되고자 한다면, 교회에 대하여 자유로운 힘과 규범을 가진 문헌으로서의 정경이 있어야 하며 문헌으로 기록된 정경은 교회의 영적(靈的)-구전(口傳)의 삶으로부터 구분되어야 한다.”
성서는 단지 인간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 안에서 말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서는 단지 옛날의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안에서 말하시는 현재적인 사건이다. 성서가 성서인 이유는 성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말씀이요 증거이며, 선포이고 설교이기 때문”이다. 성서는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하는 약속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이 약속의 성취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보았고 들었던 사람들의 증거이며 선포이다. 그러므로 “성서는 자기 자신을 정경으로 만든다.”
따라서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라고 하는 명제는 ‘신앙의 명제’이다.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적어도 그리스도인, 기독교 신앙인이 될 수 없다. 성서는 오늘도 말씀 하신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케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하기에 온전케 하려 함이니라” “내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각인에게 증거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것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생명 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예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
3.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예수 그리스도
성서와 계시를 동일시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계시는 그것에 대하여 증거하는 말인 성서와 구분된다. 이는 마치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보도가 구분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하나님의 계시는 완성되었다. 즉 성육신(成肉身:incarnation)된 하나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는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의 완성이요, 증거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는 하나님과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어떠한 조건의 제약도 받지 않는 성서와 선포의 궁극적인 근거이다.
과연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내 인생의 주인으로 구주로 인정하고 믿음으로 고백하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나의 믿음에 대하여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그 누구 앞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자랑하며 증거하는 증인의 삶을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하나님의 말씀은 이미 내 안에서 역사하기 시작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일 수 없다.
Ⅲ. 마치면서:하나님의 말씀이 내 속에 살아 움직이기를 소망하며
지금까지 바르트가 말한 하나님 말씀의 세가지 형태를 중심으로 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할 하나님 말씀에 대한 태도를 재조명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하나님 말씀의 삼중적인 형태는 개별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서로 통일을 이루는 개념이다고 하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즉 “하나님의 계시된 말씀은 교회의 선포에서 받아들인 성서에서만 알 수 있거나 혹은 성서에 근거를 둔 교회의 선포에서 알 수 있다.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은 선포를 성취시키는 계시로 말미암아 알거나 혹은 계시에 의하여 성취된 말씀의 선포로 말미암아 알게 된다. 하나님의 선포된 말씀을 알려면 성서에 증거된 계시나 혹은 계시를 증거하는 성서를 알아야 한다.”
우 리는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의 선포에 의하여 받아들여진 성서로부터, 혹은 성서에 근거된 교회의 선포로부터 알 수 있다. 다른 강연이나 다른 책으로부터 알 수 없다. 또한 우리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를 설교를 통한 교회의 선포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에 근거하여야 하며, 이는 계시된 말씀인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삼중적인 말씀의 세 형태는 분리될 수 없는 성격을 갖는다.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의 뜻을 만물을 통하여서도, 지나가는 어린아이의 음성을 통하여서도 발견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나님의 뜻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그러하다. 마치 고성능 라디오가 더 많은 방송국의 전파를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계시된 예수 그리스도를 내 삶의 주인으로 받아들이는 신앙의 대전제와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통하여 들려오는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에 의하여 걸러지고 검증되지 않은 말씀을 세가지 형태의 하나님 말씀보다 더 우위에 두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마치 문화방송에 채널을 맞추어 놓고 기독교방송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