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제일장로 교회 입니다.

약속 있는 첫 계명

◎성경/ 엡6:1-3 ◎찬송/ 44,428,579장(2012.5.13. 주일오전/ 둔산제일)

※.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출처:http://blog.naver.com/bwell003/140131861226)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일찍이 서울로 유학 보내고 두 부부는 고생고생하며 학비를 조달하여 대학 졸업시켰다. 아들은 학업 성적도 좋아서 유명 대기업에 입사하여 착실히 직장생활도 하였다. 명문대학을 나온 괜찮은 며느리를 만나서 결혼도 했다. 친가에서 전답도 팔고 처갓집에서 약간의 도움을 받아 강남에 집을 마련하여 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다. 아들은 효자여서 추석이나 설에는 빠지지 않고 자기 식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와서 명절을 보내고 갔다. 우아한 며느리와 공주 같은 손녀딸 둘을 볼 때마다 노부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늘 으쓱대는 기분이 들고 했다. 단지 흠이라면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를 못하여 그것이 섭섭할 뿐이었다.

아들 내외는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아버님 어머님 시골에서 이렇게 고생하지 마시고 함께 서울로 가시면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아니다. 우리 같은 늙은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서울 가서 살겠느냐, 그냥 이렇게 살다가 고향 땅에 묻칠란다"면서 사양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노부부는 언젠가는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서 아들 덕택에 호사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흐뭇해했다.

그러다가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게 되었다. 상을 치르는 내내 아들 내외가 어찌나 애통하게 우는지 동네사람들도 모두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초상을 치르고 나자 아들 내외는 또다시 간곡하게 청을 했다. "아버지, 이제 어머니도 안 계시는데 어쩌시렵니까? 고향집 정리하시고 서울로 올라가셔서 저희와 함께 사시도록 하시지요.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할멈 떠나간 자리가 너무 크다보니 그도 좋을 것 같아 노인은 몇 날을 생각하여 결심을 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던 논밭과 야산, 그리고 모든 가산을 정리하여 서울로 올라 왔다. 자산을 정리한 돈을 아들 내외에게 주었더니 32평 아파트를 정리하여 42평짜리 아파트로 옮겼다.

처음에는 노인의 서울생활이 그런대로 평안했다. 아들은 자기 동기들보다 빠르게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고 월급도 많이 받게 되었다. 회사일이 워낙 바쁘다 보니 매일 새벽에 출근했다가 밤12시가 넘어서야 퇴근 하는 일이 몇 달이나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보니 집안이 썰렁하니 비어 있었다. 다들 어디 갔나하고 탁자를 보았더니 아내의 메모가 있었다. 메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보! 우리 모처럼 외식하러 나가요. 식사 안하고 퇴근하였으면 전기밥솥에 밥 있고 냉장고에 반찬 있으니 찾아서 드세요. 좀 늦을지도 몰라요”라고….

가족을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을 뒤져서 맥주를 찾아 마시고 있으니 현관 쪽이 시끌해지면서 나갔던 식구들이 돌아오는 기척을 느꼈다. 그런데 들어오는 걸 보니 아내와 딸 둘만 보였다. 아들이 "왜 둘만이야?"라고 물으니 "둘 만이라니? 여기 밍키도 있잖아요?"라고 하면서 아내가 강아지를 남편의 눈앞에 들어보이며 활짝 웃었다. "아니, 아버님은?"하고 물으니 "아버님 집에 안 계셔? 어디 노인정이라도 가셔서 놀고 계신가?"하며 머뭇거린다. "아버님이 매일 이렇게 늦게 들어오시나?" 하고 남편이 약간 걱정스런 얼굴로 묻자 아내가 말을 못하고 더듬거리며 방으로 가버렸다.

이 며느리는 평소에 자기 시아버지가 몇 시에 나갔다가 몇 시에 들어오는지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언제 얼굴을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시아버지에 대하여 관심 끊은 지 한참 되었고 시아버지 방을 들어다 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들어오실 때까지 자지 않고 기다리기로 작정하고 서재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아내를 코를 골고 있었다. 방안에는 고량주 냄새와 탕수육 냄새가 섞여 있었다. 다시 서재로 온 아들이 책상을 보니 책상 한 쪽에 정성들여 접혀진 쪽지가 있었다. 볼펜으로 꾸~욱 꾹 눌러쓴 글씨는 아버지 글씨였다. 무슨 한이라도 맺힌 듯이 종이가 찢어지도록 꾹꾹 눌러쓴 글씨체다. 그리고 내용은 “잘 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였다.

자정이 넘어도 아버지는 안 들어오셨다. 아들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잘 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라는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이 시간까지 안 들어 오시는 것을 보니 가출하신 것이 틀림없는 것 같고, 언제 나갔는지 아내도 잘 모르는 것 같고, 그렇다고 밤이 깊었는데 언성을 높일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아버지가 기거하시던 방으로 갔다. 평소에도 햇볕이 잘 드는 방이 아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정 넘은 한밤중에 방을 들어오니 왠지 우중충하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 그리고 냉기가 흘렀다. 그런 차에 이쪽 벽에서 저쪽 벽으로 빨랫줄이 쳐져 있었고 빨랫줄에는 팬티 두 장과 러닝셔츠 두벌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 속옷인 듯 했다.

방 한편에는 딸의 옷장이 놓여 있었다. 딸이 지겨워한다면서 옷장을 사 준다더니 헌 옷장은 아버지 방에다 갖다 둔 모양이었다. 옷장 위에는 어머니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착하디착한 어머니의 얼굴로 영정으로 사용했던 사진이다. 방구석에 소반이 있었다. 소반 위에는 멸치 볶음, 쇠고기 장조림, 신 김치 등 뚜껑 있는 그릇이 몇 개 있었고, 마시다만 반병 정도의 소주병이 있었다.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면서 둔기로 맞은 것처럼 현기증이 일어났다. 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손녀딸도 있는데, 아버지는 그 동안 이 골방에서 홀로 식사를 하시고 계셨단 말인가? 아버지는 팬티와 러닝을 손수 빨고 이 방에서 말리고 계셨던 말인가? 가슴이 아리고 심한 자괴감이 생겨 방바닥에 주저앉자 펑펑 울었다.

날이 부옇게 밝아오자 아들은 아파트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혹시나 노인이 어디선가 밤을 지새운 흔적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파출소에 가서 노인의 가출을 신고했다. 고향의 이장 어른에게도 전화를 걸어 보았다. 아버지의 종적을 찾을 길이 없었다. 아무래도 비밀은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인 것 같은데 그 말이 무엇인지 모를 일이었다. 암호를 풀어야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조바심을 쳤다.

직장동료, 상사, 대학동창, 그래도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 이 암호를 풀려고 노력했으나 아무도 그 암호를 푸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이 지났다. 미칠 지경이었다. 아들은 이제 이사 진급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고 오직 아버지를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노인이 이 아들을 보고 “자네 김 아무개 영감 자제가 아니던가?” “아, 예, 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응, 난 김영감 친굴세. 근데 요즘 왜 김영감이 안 뵈는가? 그리고 자넨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은가?” 라고 묻는 것이었다.

아들은 창피하기는 했지만 이 노인에게 물어 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저간의 일들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유서가 되다시피 한 아버지 써 놓은 그 암호문 같은 글을 노인에게 내밀며 무슨 뜻인지를 물어 보았다. 영감님은 그 쪽지를 한동안 보더니 돌려주며 말했다. “자네 이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김영감이 늘 얘기하곤 했지. 우리집에서는 며느리가 제일 위고, 두 번째는 손녀딸이고, 3번이 아들이라고 했지. 4번은 강아지이고, 5번은 가정부, 그리고 자신은 아무 것에도 쓸모없는 6번이라 한숨짓곤 했지. 자네도 참 무심 했었네”

아들은 그만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혼자말로 “아버지 죄송합니다. 어찌 아버지가 6번입니까? 1번, 아니 0번이지요” 돌아서는 아들의 등 뒤로 노인이 한마디 했다. “고향에는 면목 없고 창피해서 못 갔을 것이고, 집 근처에도 없을 것이고, 내일부터 서울역 지하철부터 찾아보세. 그렇게 하면 나도 함께 가 줌세” 이 말에 아들은 얼굴이 뜨거워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화단 언저리 돌계단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일]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잘 하고 있다. 부끄럽게 사는 부모도 자녀들에게는 부끄럽게 살게 하지 않는다.(우스개소리인데, 심지어 앞으로 기지 못하고 옆으로만 기는 바닷가의 게들도 자기 자식들, 새씨 게들에게는 '똑바로 걸어!' 그런단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를 순종하는 일]은 "주 안에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아니, "주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자녀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간섭이라고 싫어할지 모른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은 아버지라는 망치와 어머니라는 못을 사용해서 자녀인 나를 건축하고 계십니다. 건축물이 되기 위해 깎이고, 박히고, 두드림 당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우리의 인생이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없습니다. 내게 어버이를 주셔서 내 인생의 집을 아름답게 지어가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은 까다로운 우리 어버이 손길과 음성 안에 당신의 깊으신 뜻과 섭리를 담아 놓으셨습니다.”(이동원. 󰡔가정행전󰡕. 서울: 규장, 1998, 235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음)

그러나, 우리가 장성하여 결혼해서 우리도 어버이 대열에 설 때에, 우리를 낳아 기르신 우리 어버이들은 더 이상 이전의 힘 있는 망치, 뾰족한 못이 아닙니다. 녹슬고 무디어져 외로이 주름 잡힌 얼굴이십니다. "계실 때 잘 해 드려야 한다."